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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그웬돌린, 스핀들 감상

 ※내용 스포일러 있음

 

 

 

 

 

 내가 좋아하는 현대물 소설 중 손꼽히게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

 공과 수가 서로에게 유일하고 지고지순한 관계를 선호하는 편인데도

 스핀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몰랐던 철없던 리샤르와

 오갈 곳 없는 처지에 외로움마저 숨겨야 했던 희원이

 어린 시절에 만나 

 잘못된 타이밍에서 어긋나

 잊을 수 없는 상흔을 서로에게 깊게 남겼고

 12년이 지난 후 기적처럼 재회하여 제대로 된 사랑을 시작하는 서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정하고 상식적인 캐릭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리샤르와 희원의 캐릭터 설정 자체는 취향이 아니었음이 분명한데도 

 희원만을 갈구하는 리샤르와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리샤르에게 상처받아 세상을 외로이 떠도는 희원이 

 안타깝고 애달프게만 느껴져 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대개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지루하지 않게 끌고가는 매력적인 필력 때문에 그웬돌린님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 편인데

 이 소설에서는 기존의 장점과 더불어

 희원의 상처 가득했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표현들이 매우 인상적으로 느껴져 좋았다.

 

 과거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그저 잠들어 있었을 뿐인 과거가 흘러넘쳤다. 온 마음이 과거에 젖었다. 지금은 따뜻하지만 곧 식어서 더 추워질 날이 온다.

 

이별이란 언제나 일방적인 것이었다. 희원은 이별을 상호 합의적인 행위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거야말로 비겁하다. 그는 떠날 것이고 상대는 남는다. 상대가 그를 욕하고 그에게 진절머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떠나는 주제에 착한 사람이 되려는 건 지나치다. 

(…)

 버릴 거였으면.

(…)

 상대가 자신을 미워하도록 두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는 것을 희원은 그때 배웠다. 

 

 12년이 파도처럼 그의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이 모두 여기에 서기 위한 계단이었다면 아주 높고 괴로운, 신에게로 향하는 계단이었다. 그러나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면 모든 것이 의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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