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혹은 수, 때로는 그 둘 사이에서
감초 역할을 해주는 조연이 인외존재인 경우가 있다.
그들은 주인에게 충직하거나 어리숙하거나 때로는 당돌하기도 한,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존재들은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이러한 조연들이 등장하는 소설들을 따로 모아보고 싶었다.
몇 개나 모을 수 있으려나?
1. 「연기설」의 라라새
상류와 정위가 키운 라라새. 새 답게(?) 멍청하기도 하지만 새들의 주인 맹금대조 정위를 충실히 따른다. 정위가 유일하게 곁을 내어준 존재다 보니 억울하게도 상류의 질투를 한몸에 받기도 한다. 심지어 정위조차도 상류가 무거워한다며 내던지기까지 한다. (라라새야... ;ㅁ;) 정위와 상류 사이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며, 직설을 날리다가도 엉뚱한 아부와 함께 "맹금대조님 만세!"를 외치는 라라새는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럽게만 느껴진다.
저렇게 상대가 살기를 내뿜고 있을 때는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서 진짜 새처럼 지지배배 울고 있으면 제일 안전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삐약삐약."
(…)
"그치, 형이 보기에도 저 새 이상하지? 이참에 삶을까? 새 주인 몸보신 좀 하라고? 지지배배라니 저게 무슨 교과서에 의성어로 실릴 만한 울음소리야?"
2. 「원 스텝 프롬 헬」의 디디
놀이공원에서의 데이트에서 재희가 선물로 준 테디베어였으나, 레이븐의 능력으로 악마로 태어나게 된 존재인 데빌 다니엘, 디디. 테디베어인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울진데, 움직이는 모습이 그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한다. 본편에서 재희와 레이븐의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외전에서 짧게 등장하는 디디로 소설은 더욱 완벽해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디디만 없었다면 추가 외전을 갈구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디디 때문에 추가 외전을 간절히 바라는 중이다. 재희가 관리국 직원인만큼 추가 외전집이 나올만도 한데... 레이븐과 재희, 디디의 환상적인 조합을 다시 보고 싶다.
그렇구나, 커피를 안 마셨네. 생각하자 옆에서 커피 컵이 동동 떠 다가왔다. 생각 없이 잔을 든 다니엘은 곧 다시 그것을 쳐다봤다.
"헉!"
(…)
커피를 한 모금도 안 마셨는데 잠이 깼다. 어제 다니엘이 레이븐에게 주었던 버니 머리띠를 한 테디베어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큰 머리를 갸웃갸웃했다.
디디는 이미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차 시트에 철퍼덕 앉아있었다. 조금 전까지 선글라스 쓰고 음악에 따라 어깨를 흔드는 등, 신나게 기분 내더니 지금은 하늘이 무너진 얼굴이었다.
(…)
디디는 이제 아예 엎어져 잉잉대고 있었다.
3. 「스핀들」의 플린트 선장
희원의 마술사 스승의 앵무새였던 플린트 선장. 스승인 데이비드가 죽은 후 희원과 함께 살아온 형제와 같은 존재이다. 소설 자체가 길지 않은 데다가 희원과 리샤르의 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소설 속에서 도드라지게 등장하는 편은 아니지만 존재 자체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외로운 희원의 삶에서 유일한 동반자였던 플린트 선장이 내뱉는 말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왜 그랬어, 리샤르?"
4. 「세 가지 소원」의 눌
위대한 존재인 용은 아인에 의해 목숨을 구하게 되고, 그 대가로 세 가지 소원을 이루어주고자 한다. 마법 동화책을 좋아하는 수다스러운 작은 용. 아인은 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진정한 행복도, 사랑도 알지 못한채 평범하게 하지만 특별한 감흥은 없이 인생을 보냈으리라. 위대한 존재이면서도 청소년기라 그런지 귀엽게만 느껴지는 눌은 아인에게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특별하고 귀한 존재이다.
『오늘 저녁식사는 닭 가슴살 치즈 버섯구이다!』
저녁메뉴를 알려주는 눌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꾹 감겨 있던 아인의 두 눈이 휘둥그렇게 뜨여졌다. 둘이 또 입술을 붙이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만 눌은 아인 못지 않게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 검은 얼굴에 떠오른 홍조가 그렇게나 선명하게 보일 수 있다니,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다. - 고개를 홱 돌렸다.
『니들은 대체……! 그래서 어디 숨이나 제대로 쉬고 살겠느냐!』
이번은 내가 못 봐준다. 이번엔 나가려면 니들이 나가라. 고개를 홱 돌린 와중에도 눌은 날갯짓을 파닥파닥하며 아인과 레이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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