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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좋았던 대사, 장면, 표현 발췌


 "정의로운 연애를 하자면서요."


 (…)

 "살짝 정의감을 발휘해봤어요."

그웬돌린, 정의로운 연애 2권(E)

 

 

 


 "…속이 좋지 않아요."


 그렇게 말을 하고 난 후, 이우연은 욕실로 달려갔다. 우웩, 하고 속을 게워 내는 소리를 듣고 인섭은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우연이 아닌 느낌이었다. 이상했다. 늘 여유롭고 자신만만하던 남자가 아니었다. 저기 있는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

 "정말로, 정말로 내가 미친 것 같아요. 마음만 먹으면, 평범한 사람처럼 굴 수 있었는데, …그게 안 됩니다."

 울음이 뒤섞인 이우연의 목소리가 인섭의 목에 닿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폭을 견디지 못해,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우주토깽,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연애사 4권(E)

 

 

 


세상을 구하려고 누군가 한 사람이 희생해야 한다면, 그 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 세상이 멸망하는 건 왜 안 되냐고. 


나니에, 연기설 2권

 

 

 


 "아무튼 그래서 자꾸, 혼자 특별해진 것처럼 느껴버려요. ―사실 그건 내게 당신이 특별해서 일어난 일일뿐인데."


장량, 킬 더 라이츠 3권(E)

 

 

 


 그래, 너는 내 씨가 아니다. 그러니 너는 매우 드문 행운을 가진 셈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으나 너는 선택할 수 있다. 누구를 선택할테냐? 


그웬돌린, 혼약 2권 

 

 

 


 말했지? 널 상처 입힌 사람은 내가 죽일 거라고. 


 장량, 모든 악당은 멍청이다 3권

 

 

 


 영인은 곧장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쩍 마른 도경을 찾았다.


 늑대의 모습을 하고 문 앞에 힘없이 누워 있는 그를 보며 영인은 쉬이 소리 내지 못했다. 어찌나 말랐는지 거죽 위로 뼈 자국이 도드라졌다. 털은 군데군데 빠지고 상했으며 손발은 갈라져 벌건 핏물이 말라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영인이 숨 한 번 내쉬자마자 고개를 돌렸을 이가 그저 가쁜 숨만 내쉬고 있었다.

 귀 끝 한 번 쫑긋거리지 않았다. 영인은 현관으로 나가 도경의 앞에 주저앉았다. 그는 눈도 뜨지 않고 고개만 젖힌 채로 울음소리를 냈다. (…)

 도경은 계속해서 눈을 끔뻑거렸다. 부었는지 눈이 상했는지 크게 뜨지 못했다. 짓무른 눈가가 벌겋고 안쓰러웠다. 영인은 옷소매로 그를 닦아 주다가 도경이 품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봤다.

 '신발'

 요즘 영인이 자주 신던 신발을 안고 있었다. 

Tropicalarmpit, 첫먹이 첫사랑 4권

 

 

 


도영이 연왕의 어깨를 밀었다. 연왕의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전하."
"네,네?"
침상 위에 누운 연왕 위로 그림자가 졌다.
"하고 싶습니다."
도영은 연왕의 얼굴 양옆으로 텅 소리가 날 정도로 두 손을 세게 짚었다. 연왕을 내려다보는 도영의 눈빛이 화롯불에 댄 종이보다 이를이글했다.연왕은 곧 길을 잃은 커다란 강아지의 눈이 되었다.
 "아, 저, 전…… 이런 형태…… 일 줄은, 생각 못…… 했는데."
 수 초 침묵이 흘렀다. 그 사이 무슨 각오가 지나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연왕이 눈을 세게 감았다.
 "……살살해 주세요……."

모아이, 도원 2권

 

 

 


 "너 나 좋아해?"

 (…)
 "그래도 돼?"

 해이라, 다정한 온도 1권 

 

 

 


나와 여민의 매개는 훼손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훼손시켰다. 나는 나의 불결로 여민의 순결을 훼손했고, 여민은 여민의 순결로 나의 불결을 훼손했다. 우리는 훼손시킴으로 서로를 얻은 것이다. 부수어야지만 생성하는 것들. 여민과 나의 상생은 모순적이고 길항적이다.


Leefail, 훼손

 

 

 

 
 어쩌면 앞으로의 삶은 이럴 것이다. 잘못된 시간에 불시착한 그의 인생은 부정형이었다. 흘러내리도록 내버려둘 수도, 그렇다고 단단히 묶어둘 수도 없었다. 그는 어쩔 도리 없는 인생을 짐 보따 리처럼 등에 얹고 끊임없이 불어오는 상실감을 피해 행선지가 없는 히치하이킹을 계속할 것이다.

 샤가프 쿰은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정류장이었다. 
 좋았던 곳일수록 닥쳐올 고독은 깊었다. 또 무언가가 불어오기 전에 서둘러 떠나야 했다. 
 “그래도, 좋았어요.” 
 당신이라는 곳이. 

바밀씨, 원 라스트 크라이 3권(E)

 

 

 


 그는 간혹 노심초사해하고, 종종 심술을 부리며, 그리고 때때로… 버릇처럼 다정하다. 


쏘날개, 중력 외전 - 그 후, 어느 날

 

 

 


 재영은 걸치고 다니는 옷만큼이나 다채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상우의 세계에 청록의 설렘, 보랏빛 쾌감, 짙푸름 성취감, 황금빛 행복감, 그리고 붉은 열정을 칠해 주었다. 또한 자줏빛 질투, 샛노란 두려움, 회색 불안감, 백색 공포, 그리고 검은 절망을 들이부었다. 그래서 상우는 그의 색에 흠뻑 물들어 있었다. 


 저수리, 시맨틱 에러 4권

 

 

 


 바닥으로 뜨겁게 뿌려진 것은, 지금까지 놓을 수 없어 움켜쥐고 있던 오욕의 흔적이다. 팔딱거리는 생생한 생명력은 이전에 놓아버렸으니, 바닥으로 흘러내린 것은 지금까지 자신을 움직이게 한 욕망의 찌꺼기다.


 스스로를 더럽혀 온, 욕(辱)이다.

13, 욕(辱) 

 

 

 


 운명은 언제나 청구서를 요구한다. 무언가를 받으면 내놓아야 한다. 갈라테이아를 받은 피그말리온 또한 청구서를 받았을 것이다. 그가 살아있는 갈라테이아를 보며 희열에 찼었던 만큼 청구서 또한 아주 강력한 것이었을 테다. 삶에 지름길 따윈 없으며 안전한 곳도 없다. 모든 것은 불완전하고 힘들다. 그것이 당연하다.


그웬돌린, 갈라테이아 94화

 

 

 


 과거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그저 잠들어 있었을 뿐인 과거가 흘러넘쳤다. 온 마음이 과거에 젖었다. 지금은 따뜻하지만 곧 식어서 더 추워질 날이 온다.


그웬돌린, 스핀들 2권(E)

 

 

 


 쪽.

 차르의 왼쪽 가슴에 뽀뽀해주었다. (…)

 "이거... 뭔데?"

 (…)

 "아까 아프면 호오, 하라면서요."

 (…)

 "나쁘게 말해서 미안해요."

 (…)

 "왜, 가슴 아프게 했다고?"

 좀 놀랐는지 멍하니 저를 보던 차르의 눈에, 점점 또렷한 무언가가 차올랐다. 아마도 지금 김윤이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일 것 같았다.

 "네."

 이젠 그렇게 말 안 할 거예요, 조그맣게 덧붙였다. 

모스카레토, 마귀 외전 -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저거 확."


 다니엘이 디디를 잡아 내던지려 하자 레이븐이 팔을 잡아 말렸다.

 "초행길이라 좀 서툴렀대. 그러지 마. 네가 내게 처음 준 거잖아."

 "아, 그런 거라면 몇 개든 새로 사드릴 테니 비키시죠? 쟤랑 작별하실래요, 아니면 저랑 작별하실래요?"

 "그야."

 다니엘이 사납게 웃으며 묻자 레이븐은 순순히 팔을 놓아주며 디디를 쳐다봤다. 디디는 이미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차 시트에 철퍼덕 앉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 선글라스 쓰고 음악에 따라 어깨를 흔드는 등, 신나게 기분 내더니 지금은 하늘이 무너진 얼굴이었다.

 (…)

 디디는 이제 아예 엎어져 잉잉대고 있었다. 어린애처럼 우는 모습에 순간 다니엘이 멈칫하자 레이븐이 작게 웃으며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마음 약하긴. 나 외에 다른 이에게 그런 동정 하지 마."

 "아니, 동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붙잡아서 팔다리를 잡아 뜯어. 배 양쪽을 잡아 쭉 당기면 실밥이 후두둑 터질 거야. 그럼 배 속에서 솜을 꺼내 바닥에 던지고 흙탕에 짓이기라고."

 레이븐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레이븐의 말에 디디가 깜짝 놀라 오들오들 떨며 머리를 두 손으로 감쌌다. 더듬더듬, 두 손으로 배 한가운데 실밥을 꼭꼭 여몄다.

장량, 원 스텝 프롬 헬 3권(E)

 

 

 


「네가 자격지심이 있고 소심하다는 건 나도 알겠는데.」


 바실리가 이를 악물었다. 그는 뒷말을 참으려는 듯했지만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

「너 자신을 학대하기 위해 나까지 모욕하지 마.」

그웬돌린, 페이데이 2권(E)

 

 

 


 "이제 되었다. 네게 해 줄 얘기가 아주 많아."


 (…)

 "네게 들려주기 위한 인생이었다. 단 한 순간도 그립지 않은 순간이 없었어."

자몽소다, 여름 그늘 

 

 

 


 소백이 멈춰선 곳은 아담하게 솟은 무덤 앞이었다. 완전히 폐가가 된 오래된 장원과 달리, 무덤은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소백은 품속에 소중하게 품고 있던 것을 무덤 앞에 내려놓았다. 감싸고 있던 나뭇잎을 벗기자 올망졸망 맛깔스러운 산열매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백은 그것을 마치 무덤의 주인에게 먹으라고 권하는 마냥 슥슥 가까이 밀었다. 

 방금 소백이 내민 산열매 외에도 무덤 앞에는 먹을 것이 참으로 많았다. 바로 어제, 혹은 엊그제 가져다 둔 듯한 산열매들이 소복이 쌓여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단 냄새에 끌려온 곤충의 습격을 받아 제 모습을 잃은 당과 조각도 있었다. 소백은 마치 무덤 주인이 그것을 먹는 모습을 구경하듯 기웃기웃 거리다가 이내 어색하게 자리를 잡고 똑바로 섰다. 그리고 한 손을 반듯하게 펴서 가슴 앞에 세로로 세우고는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소백이 연신 아미타불을 되뇌었다. 승려도 아닌 멋모르는 소년이 외는 염불은 어색하기 그지없었으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소백은 한참이나 그렇게 서서 아미타불을 외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

(…)

 무덤 주변은 싱싱한 산열매와 꽃, 그리고 오래되어 썩어가는 산열매와 꽃이 수북하였으나, 그것에도 나름의 자리와 규칙이 있었다. 꽃은 유모 운 씨의 것. 산열매 중 새콤한 맛이 나는 것은 장주 이허와 상 총관, 왕 씨의 것.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달콤한 열매는 무흔의 것이다.

뜅굴이, 소백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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